0 어제 오후, 남편이 캡쳐한 카톡화면 하나를 툭 던졌다. 우리가 예약한 새 차 출고가 (원래는 12월초였는데) 9월 1일로 당겨졌다는 카마스터의 급작스런 통보였다. 우리로서는 기둥 뿌리 하나가 날라갈만한..그런 돈이 들어가는 새 차 인수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다니. 오랜기간 차 구매 일을 전담해온 남편도 뭔가 마음의 준비가 아직 덜 된듯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최근 차 디자인이 바뀐 탓에 결과적으로 처음 계약시 견적보다 400만원 정도 초과하는 금액이 되었고 그런 목돈이 통장에서 나갈 생각을 하니 우리 사정에, 과연 가당키나 한 금액인지 나는 도통 자신이 없었다. 지금 타고 다니는 차는 남편이 유학 오자마자 미국에서 구입한 소나타였다. 나름 튼튼하고 디자인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데다 남편이 평소 꼼꼼히 ..
0 어제 내가 사람들을 만나며 장소를 돌아가며 마신 음료는 아메리카노 - 히비스커스 티 - 파나마 게이샤 커피 - 쟈스민 티... 이 중 파나마 게이샤 커피는 무려 만천원이었다... 그래도 풍미가 워낙 부드럽고 좋아서 계속 잔에 채워지기만 한다면 몇 잔이고 연거푸 마실 수 있을 거 같았다. 점심은 종종 생각나던 후문앞 밥집에서 들깨순두부를 먹었다. 진한 들깨국물이 익숙한 바로 그 맛이다. 오랜만에 만난 김에 부모님 집 책장을 정리하며 발견된 오래된 석사 학위기를 본 주인에게 돌려줬다. 밥과 커피도 내가 샀다. 뭔가 에필로그의 마침표를 찍은 느낌이다. 그 후엔 논문작업을 같이 하기로한 교수님과 1시간 반 정도 연구 이야기를 나눴다. 1시간 반 동안 나눈 대화 중 서로의 교집합 속에 들어갈 수 있는 내용은 ..
0 비가 오는 월요일이다. 오늘은 이 전에 일했던 학교 근처 스벅에 있다가 오후에 점심 약속과 논문 미팅이 있다. 딱히 준비된건 없는데 그렇게 쫄지 않는 이유야말로 딱히 잘...모르겠다. 개강도 이번 주 금요일이다. 소중한 방학 두 달을 정말 유유자적하며 보내는데 온전히 다 썼다. 이것도 나름 보람이 느껴진다. 지나친 자기혹사로 눈코뜰새 없이 돌아가던 1학기에 대한 자기보상으로 생각하나보다. 물론 가끔은 개강전 증후군, 즉 2학기 수업에 대한 부담과 불안으로 가라앉을 때도 있다. 그래도 왠지 뭘 못하고 있어서 괴롭다보다는 별일없이 살고있는 느낌이 우세하다. 이따 열심히 현생 현업에 종사중이신 두 교수님을 만나고나면 반짝 정신이 들 수도 있다. 가을이 가까이 왔다는 신호인지 요샌 곽진언 노래를 자주 듣는데..
0 아침 출근길에 비가 잠시 내리치더니 지금은 정말 말짱하게 갠 파란 하늘을 하고 있다. 오늘은 아들이 직접 쓴 책으로 내용을 채우려 한다. 매일 저녁 밥먹고 조금씩 푸는 문제집 숙제가 하기 싫어서인지 어젠 갑자기 '나 창작활동 좀 해도 돼? 책 좀 만들고 싶어서~'라고 했다. '응, 응, 당연하지' 거실에서 쪼물락쪼물락 창작활동에 매진하는 아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그런지 곽진언 노래가 생각나 크게 틀어놓고 설거지에 매진한 나, 각자의 시간을 보낸 뒤 아들은 완성본을 들고와 나에게 보여줬다. 그렇게 아들이 손수 제작하고 지은 첫번째 책, '끄적 끄적 끄적 끄적.....'이 탄생했다. '엄마, 난 과학도 여전히 좋지만 요즘엔 철학이 좀 재밌더라..'라고 하는 초2 아들이다... 이 창작활동의 결..
0 어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몇년 만에 하는 대대적인 공습대비 민방위 훈련이라 해서 뭔가 특별한게 있나 싶었는데 내가 자리를 스벅에서 학교 오피스로 옮겨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학교에서는 사이렌 소리만 들렸을 뿐이다. 분명 텅 빈 건물이 아닌데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듯 조용했다. 시민들은 원래 일상으로 돌아오셔도 된다는 행안부의 문자가 무색할 정도였다. 0 오늘은 대장내시경 검진 예약이 있으신 시어머니의 보호자 자격으로 내가 동행해드리기로 했기에 아침 6시 반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만 65세 이상이신 분들이 수면내시경(요즘 병원에선 진정내시경이라고 부른다는 걸 오늘 가서야 알았다...)으로 검진을 할 때는 보호자를 필히 동반해야 한다는데, 남편은 평창 워크숍에 참여중이고, 시동생은 요새 프로젝트..
0 오늘은 오후에 뭔가 공습대비 훈련을 한다고 어제부터 줄기차게 문자알림이 온다. 2시에 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대피 훈련에 동참해야 한다고 하는데 관련 기사를 보면 2017년 8월 이후 남북관계 화해국면과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중단되었다 이번에 재개된다고 한다. 허기사 내가 한국에 나온게 2017년 가을이었으니 얼마나 대대적인 전국민 대피훈련이었는지 가늠되지 않는게 당연한건가? 오피스에서 집중이 잘 안되길래 집근처 스벅에 나와있는데 2시가 되면 일단 짐을 싸야할까, 아니면 민방위 사이렌 소리가 들리더라도 밖에선 그러려니, 안에선 별개로 돌아갈 것인가. 지켜볼 일이다. 0 어제 나름 개학맞이 준비물을 꼼꼼히 챙긴다고 넣었는데 빠진게 있단다. 방학 공통과제였던 일기장과 독서록, 구강검진 확인서는 챙겼지만 ..
0 드디어 문자가 왔다. '논문 이야기 좀 할까요?' 정확히 6월말에 만나 같이 여러 연구를 동시에 진행시켜 보기로 하고 아이디어 미팅을 겸한 뒤 헤어졌는데 두 달 동안 쉼없이....놀았다. 딱히 놀았다라기 보다는 제대로 연구 한 게 없다... 이번 주 목요일 미팅을 제안하셨지만 일단 시어머니 병원 모셔다 드리는 날과 겹친다는 걸 떠올리고 다행이다 싶어 다음 주 월요일로 미뤘다. 자책하기 딱 좋은 껀 수와 타이밍이다. 자책해서 남는 건 없기에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리고 앞만 봐야한다. 두달을 허송세월 했다고 후회하기 보다는 월요일까지라도 연구에 집중하는게 최선이다. 얼마전 인스타에서 본 캡쳐화면에는 가수이자 변호사인 이소은 아버지의 교육관이 소개됐는데 어릴 때부터 늘 아버지께 들은 말 중 하나는 'fo..
0 방학 막바지 주말만이 남았을 때, 올 여름 바다에 발 한번 못 담궈 본 아들이 자꾸 마음에 걸려 주말 이틀 1박2일 짧은 여정으로 양양에 다녀왔다. 토요일 아침, 서둘러 나가도 아까울 1박2일 여행인데 남편은 토요일 오전에 화상회의 일정이 있었음을 그제서야 기억해냈다... 순간 짜증이 몰려오긴 했지만 나에겐 모처럼 짬을 내 떠나는 즐거운 가족여행이 더 중요했기에 keep calm, it's time to have fun을 되뇌이며 출발시간이 늦춰지는 돌발변수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남편의 줌회의가 끝날 때까지천천히 여행채비를 마쳤다. 그렇게 집에서 떠난 시간이 토요일 오전 10시 무렵이었고 양양 메밀국수집에 도착한 시간이 2시 반, 즉 서울에서 양양까지 4시간 반이 소요됐다. 그렇다면 일요일 서울로 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