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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5

ohsimba 2023. 8. 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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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에 비가 잠시 내리치더니 지금은 정말 말짱하게 갠 파란 하늘을 하고 있다.

 

오늘은 아들이 직접 쓴 책으로 내용을 채우려 한다. 

 

매일 저녁 밥먹고 조금씩 푸는 문제집 숙제가 하기 싫어서인지

어젠 갑자기 '나 창작활동 좀 해도 돼? 책 좀 만들고 싶어서~'라고 했다.

 

'응, 응, 당연하지' 

 

거실에서 쪼물락쪼물락 창작활동에 매진하는 아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그런지 곽진언 노래가 생각나 크게 틀어놓고 설거지에 매진한 나,

각자의 시간을 보낸 뒤 아들은 완성본을 들고와 나에게 보여줬다. 

 

그렇게 아들이 손수 제작하고 지은 첫번째 책, '끄적 끄적 끄적 끄적.....'이 탄생했다. 

 

'엄마, 난 과학도 여전히 좋지만 요즘엔 철학이 좀 재밌더라..'라고 하는 초2 아들이다...

 

 

이 창작활동의 결과물에 대만족하며 칭찬을 퍼붓는 나를 보더니

그럼 엄마도 한번 책을 만들어보라고 종이를 접어준다.

 

뭐 몇 자 적고 그리는게 어렵겠어?

이렇게 펜을 잡았다가 몇 초 지나자마자 깊은 깨달음에 도달했다. 

여기 쓰는 일기처럼 내가 경험한 거나 느낌을 소재로 살을 붙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정말 찐 창작의 세계는 이토록 어려운 거구나.... 

 

백지를 앞에 두고 떠오르는 말들이란 하나같이 구태의연하고 식상한 것뿐이었다. 

여백이 많고 대충 몇마디 적은 듯한 그림책들을 보며 '이 정도면 뭐, 나도 쓰겠다' 싶은 어줍잖은 생각들을 하곤 했는데 

직접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려고 하니 세상에 아무 책이란건 없는거구나란 반성이 절로 들었다. 

 

역시 잘 써보려고 인위적으로 마음먹은 뒤 억지로 짜낸 결과물과

아들처럼 움틀대는 창작욕구의 등에 휙 올라타서 머릿속의 것들을 거침없이 적어내려 간 결과물의 차이는 안봐도 비디오다.(나도 결국 몇 자 적어보긴 했는데 나중에 퇴근한 뒤 테이블 위에 나란히 놓인 두 책을 모두 읽어본 남편의 평가는 냉혹했다...엄마책보다 아들 책이 훨씬 좋았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좋아하는 뮤지션도 다 싱어송라이터요,

영화감독도 연출과 각본 모두 병행하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이렇게 문화예술분야에서 대중 아무개에게도 공감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마음과 마음을 공명시키는 창작물을 만들어낸다는게 실로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아들의 끄적*4 책의 발끝에도 못미치는 책을 만들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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