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아빠 없이 보낸 주말의 첫날, 올 여름들어 실내든 실외든 물놀이 한번 해보지 못한 초딩 아들을 위해 바다, 워터파크 등의 여러 가능성을 타진해보다 결국 가성비 좋은 계곡 물놀이로 선회했다... ('엄마, 날 위해 그 정도 돈도 못 써?!' 라는 아들의 말이 들리는 듯 하다...) 혼자 계신 엄마도 불러 관악산 계곡 물놀이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이 물놀이 짐은 줄이고 줄여도 한보따리는 나왔다. 마음 같아선 바캉스 기분을 내기위해 사뒀던 간이의자도 챙기고 싶었는데 이 불볕더위 속 관악산 정문에서부터 짐보따리에 간이의자까지 바리바리 들고 걸어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오전 11시 전에 도착했지만 이미 계곡을 따라 늘어선 양 옆 나무그늘에는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나마 두 팀 사이에 평평한 작은..
0 두고두고 분함이 가시지 않는 관계를 멀리하라. 인스타의 어떤 자기계발서 홍보 피드에서 본 문구인데 다른 건 몰라도 이 표현을 본 순간, 요즘 내가 이런 상태구나 싶어 인상깊었다. 분까지는 아니어도, 두고두고 어떤 부정적 감정이 가시지 않는 관계. 두고두고 상대방을 어떤 식으로든 이해해보려고 애를 쓰게 하는 관계. 두고두고 했던 말을 곱씹게 하는 관계. 두고두고 나를 자책하게 만드는 관계.... '두고두고 ( )이/가 가시지 않는 관계' 괄호안에 고마움이나 애틋함 같은 긍정적인 표현이 들어가는 관계인지, 분함, 자책감 같은 부정적인 표현이 들어가는 관계인지를 생각해보면 관계의 반경을 얼만큼 설정해야할지 감이 오겠지. 0 미국에 출장가있는 남편도 전화기 너머로 같이 간 동료의 공사 구분없는 몰지각한 행동..
0 엊그제는 좀 타격이 있었다. 평정심 테스트였던 셈인데, 이번에도 보기좋게 고꾸라졌다. 오전엔 8월초까지 마감이 잡힌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었고 점심까지 건너뛰어 대충 마무리한 뒤에 아이 돌봄교실 픽업 시간이 되어 나갈 채비를 마칠 즈음, 퇴근 전 10분 정도 얘기할 시간 좀 달라는 동료 교수님의 카톡을 봤다. 얼른 뛰어가 노크를 한 후 아이 데리러 나가야해서 내일 말씀 나누면 어떠시냐고 물어봤는데 오늘 바로 상의를 해야하는 사안이라 하신다. 하아...그렇다면 오전에라도 미리 언질을 주시던가...딱 퇴근 무렵에 카톡을 보내서 지금 바로 논의를 해야한다는 건 도당최 무슨 본인 편의중심적 생각인지... 그때부터 머리가 어질거리기 시작했다. 얘기인즉슨, 오늘까지 제출마감인 (본인 관련)서류가 있는데 내 동의..
0 8월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미국 출장가는 남편 짐에 들어갈 옷 여러 벌을 빳빳이 다림질 해놨다. 나름 건강히 잘 다녀오라는 내 인사인 셈이다. 아빠 없는 일주일동안 아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출장을 앞두고 남편이 야근을 하는 바람에 전초전 격이 됐던 어제 밤. 매일 쓰는 일기인데 뭘 써야할지 생각이 안난다고 짜증을 서서히 빌드업 해가던 아들에게 몇 가지 아이디어를 던져줬다. 다 싫단다. 써봤자 한 두줄 거리란다. 더 생각해 보란다. 아이는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고, 짜증에 북받쳐 얼굴을 감싸안고 울어제끼기도 하고 악-, 악-, 단발마의 괴성을 지르기도 했다. 전에는 그럴때마다 어떻게든 아이를 잘 달래보려고 무조건 비위를 맞춰주거나, 처음엔 참고 구슬러도 보지만 결국엔 나도 같이 짜증이 나서..
0 사실 토요일은 그동안 장마때문에 미뤄뒀던 에버랜드에 가기로 한 디데이였다. 그런데 하루 전날인 금요일 오전, 우리 부부는 아이 문제로 크게 다퉜다. 결국 이 사태는 잘 봉합된 편이었고, 다행이 아이의 소망대로 (비록 폭염이었지만) 에버랜드행이 성사되었다. 이번 다툼이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될 수 있었던건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하고싶은 타이밍에 정확히 전달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보통은 다음날 에버랜드를 가야하니 어떻게든 남편의 화를 누그러뜨려서 계획을 망치지 않게 해야겠다는 일념하에 할말 제대로 못하고 참고 넘어갔다면, 이번에는 참지 말고 말과 행동에 나서야겠다는 결심이 선 순간, 바로 실행에 옮겼더니 갈등 후 내 마음이 되려 가뿐해짐을 느꼈다. 전과 달리 싸우고 난 직후인데도 기분이 꽤 괜찮았다. ..
0 가족의 균열에 대해 깊고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은 1년에 몇번 없을거다. 오늘 아침, 우리 집에선 별거 아닌 문제의 발단으로 인해 그런 깊은 균열이 패였고 각자 정해진 사회적 역할과 자리속으로 흩어졌지만, 오늘 일은 각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되뇌어지고 수없이 재구성될 것이다. 내 생각을 정확히 말할 거고, 맞서 싸워야 한다면 싸울거다. 가정의 평화를 우선시 하면서 늘 먼저, 더 참는 쪽이 되어온 편이었지만 '참는게 이기는 거다'라는 말은 상황의 무마일 뿐이지 나 자신을 납득시키지도, 상대를 자각시키는데도 별 소득이 없는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할 거다. 그래서 이미 벌어진 일들에 대해 비관하지 않고, 더 나아질 앞을 바라보며 담대하고 낙관적인 마음으로 맞서 싸울거다. 아이에게도 기..
0 지난 며칠간 오피스에서 딴짓만 하길래 오늘은 집근처 스벅으로 출근했다. 내 의지가 동하지 않으니 환경을 바꿔보는 거다. 이래도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게 생산성이 없다면 스벅 커피값이라도 아끼게 내일은 오피스로 출근해야겠다. 0 어제 이른 새벽 즈음, 아이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원래 자는 중간에 별안간 깨서 우리 방으로 불쑥 들어오는 아이라 그런갑다 평소처럼 안방 침대로 들어오겠구나 싶었는데 우리 방문은 열리지 않고 대신 '도도도도도~~~' 뭔가 자잘하게 규칙적으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과 나는 잠시 무슨 소린가 귀를 기울이다가 거의 동시에 사태 파악에 다다랐다. 행동은 남편이 더 민첩해 방문을 열어제끼는 순간, 자기 방문 근처에 서서 눈을 감고 선 채로 소변을 보고있는 아들의 모습이 ..
0 오늘 오피스 오자마자 제주도 숙소 예약 폭풍검색에 들어갔다. 애월, 한림, 중문, 서귀포, 제주 시내지역까지 샅샅이 둘러봤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원하는 날짜에 저렴한 가격, 해변과의 거리 등 검색조건을 맞추기가 영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어제 아이의 일기장 속에 있다. '어어...이러다 푸른 바다 한번 못보고 방학을 다 보내겠구나..ㅜㅜ' 아이는 요새 학교-집만 왔다갔다 하니 일기 글감이 없어서 나나 남편에게 뭘 써야할지 묻는 일이 잦았다. 남편은 아무리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어도 너의 느낌에 집중하면 한 페이지 채우는건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별거없는 일상이지만 참 다른 친구들과는 많이 다른 방학에 대한 감상을 남겼다. 작년 여름엔 속초-양양-고성 여행이라도 갔는데 올해는 8월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