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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다

ohsimba 2023. 8. 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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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막바지 주말만이 남았을 때,

올 여름 바다에 발 한번 못 담궈 본 아들이 자꾸 마음에 걸려

주말 이틀 1박2일 짧은 여정으로 양양에 다녀왔다. 

 

토요일 아침, 서둘러 나가도 아까울 1박2일 여행인데 

남편은 토요일 오전에 화상회의 일정이 있었음을 그제서야 기억해냈다...

 

순간 짜증이 몰려오긴 했지만 나에겐 모처럼 짬을 내 떠나는 즐거운 가족여행이 더 중요했기에 keep calm, it's time to have fun을 되뇌이며 출발시간이 늦춰지는 돌발변수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남편의 줌회의가 끝날 때까지천천히 여행채비를 마쳤다.

 

그렇게 집에서 떠난 시간이 토요일 오전 10시 무렵이었고 양양 메밀국수집에 도착한 시간이 2시 반, 즉 서울에서 양양까지 4시간 반이 소요됐다. 그렇다면 일요일 서울로 돌아올 때는 어땠는가? 

다들 체크아웃하고 점심먹고 서울로 출발할테니 우리는 아싸리, 저녁먹고 아예 늦게가자라고 나름 교통체증을 피하고자 전략적으로 움직였지만 양양 출발 저녁 7시무렵, 집 도착 밤 11시 반...남편은 대국민 눈치싸움 실패를 선언했고, 우리는 오며 가며 길에서만 장장 9시간을 보낸 셈이다....

 

이렇게 고생해서 운전해 간 양양에서 무얼 했는가. 

 

첫날은 도착하자마자 호텔 근처인 낙산해수욕장으로 나갔다. 

 

가보고싶던 푸른 동해바다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넓고 긴 백사장과 파도,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발바닥에 닿는 뜨끈뜨끈한 모래의 감촉, 파도를 넘실넘실 타는 튜브들...

 

'지금, 여기' 내가 사랑하는 아이가 여름 해변을 원없이 즐기고 있고

나는 바캉스를 위해 사뒀던 그 간이의자를 펼쳐 물속에 들어간 아이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두어시간 바라봤다.

내 입꼬리가 계속 올라가 있다는 사실이 나조차 신기할 정도로 물놀이하는 아이와 남편을 바라보는 내내 미소가 머금어졌다. 그 시간만큼은 심심하다거나 핸드폰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전혀 나질 않았다. 시선은 오직 파란 동해 바다, 그 안에 들어가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표정에 고정되었고, 이런 순간들을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마냥 행복했다.

 

그렇게 해수욕장 마감시간인 6시까지 즐기고 남애항 횟집으로 이동해서 물회 한그릇을 먹은게 토요일 일정의 전부. 

 

바다를 봤으니 일요일은 산과 함께.

설악산 오색주전골 산책 코스로 정했다. 

 

오색 주전골 자연탐방로부터 시작해 계곡길을 따라 걷다 용소폭포까지 찍고 다시 돌아오는 2시간 트래킹 코스. 

역시 듣던대로 계곡물은 투명하게 맑았고 기암절벽 풍경이 어우러진 길이라 서울 도심을 벗어나 온전히 자연속에 있다는 느낌을 제대로 준다. 용소폭포의 절경을 다리위에서 감상할 때는 한여름이 맞나 싶게 선선한 바람까지 아낌없이 불어온다. 

그렇게 천천히 자연과 교감하며 내려오니 주차장에 닿을무렵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양양의 주말 비 예보는 첫날의 동해바다와 둘쨋날의 설악산 구경을 잘 마칠 때까지 우리를 인심좋게 기다려준 것처럼 딱 그때부터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왠만큼 알려진 식당들은 모두 브레이크 타임이나 재료소진으로 문을 닫아서 양양 시내 문을 연 식당에 들어가 늦은 점심을 먹고 일부러 출발시간을 늦추고자 오산리 선사 유적 박물관과 주변 습지 산책로 구경을 한 뒤에 서울로 향했다.

 

위에 적었다시피 딱히 일부러 늦게 출발한 소득은 없었지만 

가족과 일상을 벗어나 자연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오고가는 수고쯤은 감내할 수 있다. 물론 처음 한번 정도는....성수기 주말 강원도 자차 여행은 이젠 삼가겠지. 

 

그치만 올 여름이 다 가기전에, 초2 아들 방학이 끝나기 전에, 이렇게라도 바다를 보고온 건 정말 잘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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