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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simba 2023. 8. 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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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후에 뭔가 공습대비 훈련을 한다고 어제부터 줄기차게 문자알림이 온다. 

2시에 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대피 훈련에 동참해야 한다고 하는데 

관련 기사를 보면 2017년 8월 이후 남북관계 화해국면과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중단되었다 이번에 재개된다고 한다.

허기사 내가 한국에 나온게 2017년 가을이었으니 얼마나 대대적인 전국민 대피훈련이었는지 가늠되지 않는게 당연한건가? 

 

오피스에서 집중이 잘 안되길래 집근처 스벅에 나와있는데 

2시가 되면 일단 짐을 싸야할까, 아니면 민방위 사이렌 소리가 들리더라도 밖에선 그러려니, 안에선 별개로 돌아갈 것인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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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름 개학맞이 준비물을 꼼꼼히 챙긴다고 넣었는데 빠진게 있단다.

방학 공통과제였던 일기장과 독서록, 구강검진 확인서는 챙겼지만 

평소 담임선생님의 공지사항을 적어오는 알림장을 빠트렸고, 방학식날 나눠준 과제 공지가 적혀있던 종이를 빠트렸다 한다.

 

전자는 이해하지만, 후자도 필요했던가? 

방학 과제 공지문은 잘 읽고 숙지한 뒤 한동안은 냉장고 문에 붙여놨다가 재활용 쓰레기 수거날 이젠 필요없겠지 싶어 버렸다. 오늘이라도 챙겨가야 하는데 엄마때문에 곤란하게 됐다고 아이는 아침부터 원망을 쏟아냈다. 

김이 기름지다고 아침도 먹다말았고, 위아래 옷 한벌 챙겨입다가도 중간중간 딴 짓하느라 하세월이다. 

교문까지 같이 가자고 해도 혼자 가겠다고 바득바득 우기길래 두 손 들었다.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이 일도 그렇지만, 요새 계속 육아 슬럼프다.

 

사실 어제 자주 가는 사이트에서 추천된 국제결혼 커플의 일상 다큐를 봤다. 아마 이웃집 찰스 출연분이었을거다. 

영국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 마일드한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큰 아들과 둘째 딸, 이렇게 네 가족의 일상을 따라가는데

이들 부부는 가족을 위한 헌신의 무게를 저울에 달거나 상대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리지 않는게 인상적이었다.

네 명의 가족 중 나는 영국인 남편쪽에 주로 감정 이입을 했는데,

안온한 삶을 꿈꿨다면 분명 앞길 창창한 젊은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은 고국에 계속 머물며 일과 가정을 꾸려가는 선택이 훨씬 나았을 거다. 그런데 사랑하는 이를 따라 낯선 나라에 정착해 살면서 아이 둘을 낳고 부양을 하며 평범하지 않은 아이의 부모로 산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팍팍하고 버거운 일상으로부터 한발짝도 벗어나기 어려운 삶도 감내한, 어찌보면 무모한 선택이라 볼 수 있다.

 

그러면 보통 고단한 일상에 지칠대로 지친 표정이거나 말투, 행동이 카메라에 자주 잡히는게 오히려 자연스러울거다.  

그런데 화면에서 내가 지켜 본 건 그 남편분의 아내와 자녀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과 스킨십, 다정히 건네는 말, 어떠한 생색과 하소연도 없이 직장과 가정에서 주어진 역할을 묵묵하고 담담하게 해내는 모습 뿐이었다. 

특히 평범한 또래와는 약간은 다른 아들의 돌발행동에도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부모로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만만치 않은 상황이 분명한데도, 그런 사람이 옆에 있다면 나도 더 잘하고 싶고 같이 이겨내자고, 없던 힘도 낼 것만 같다.  

 

그런데 요즘 나는 반대다. 아이와의 관계에 날이 곤두서 있고 모가 잔뜩 난 엄마로서 살고있다. 

아이의 짜증과 버릇없는 말 하나하나가 거슬려서 처음엔 좋게 얘기하다가도 금새 언성이 높아지고 팽팽한 대립구도로 번져가기 일쑤다. 아이 앞에서 피하고 싶었던 한숨도 제어못하고 푹푹 내쉰다. 먼저 화해하자고 손을 내미는 건 오히려 아들이다. 상황과 내용을 떠나 아이를 대할 때 내 눈빛과 말투의 온기는 사라진 듯한 느낌이다.   

 

내 마음 속 고요와 평정의 저수지가 말라 바닥이 드러났기 때문일까?

도대체 왜 이 모양일까 곱씹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 자신과 타인에게 친절할 수 있는, 차분하지만 단단한 내력은 그 남편분처럼 불교신자로 어느 정도 마음의 수양이 되어야지만 가능한걸까? 

 

어제도 그 다큐를 보며 나도 따뜻하게 바라보고 말하고 믿고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기위해 노력하자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며칠 연속 번번히 아이와 각을 세우는 나를 보며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오늘은 달라질 수 있을까?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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