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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전력투구를 할 셈이다.
무엇을 위해서냐면, 퇴근을 한시간 일찍 한 후, 미용실을 갈 예정이고
그때까지 금요일 워크숍 발표자료를 지금부터 엄청난 몰입도를 발휘해서 완성할 작정이다.
양과 질따윈 접어두고, 오로지 가뿐한 발걸음으로 머리카락을 자르러 가기위해 집중해야한다.
지난 봄, 동네 미용실에서 자른 머리가 지금은 어깨에 닿을 정도로 제멋대로 길었는데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진 상태다.
그래서 교수님이 학교에 못나오신다는 오늘을 디데이로 삼아 미용실가기를 실행에 옮길 셈이다.
후보 머리는, 아이유 팔레트 시절의 단발머리인데,
일단 사진은 챙겨가기로 한다......
사진 없이 그냥 짧게 단발머리 해주세요- 라고 주관없이 뭉뚱그려 얘기하면 내 얼굴형 탓인지 뭔지
결국 헤어디자이너들의 권위에 넘어가 내 의사와는 상관없는 머리가 되어 나오곤 한다.
비슷하게라도 내가 원하는 머리라는 이상향을 향해 가는게 결과적으로 쉽게 승복하게 되고 후회가 없는거 같다.
삭발도 아닌데, 머리야 대충 망해도 또 자라겠지.
그럼 오후까지 정신팔지 말고 일만하자!
+
다온이에게 자기 전, 어제 가장 기분 좋았던 일이 뭐냐고 물었다.
'밥먹은거'
(이걸 다시 해석하자면 '아이패드 본거'임. 밥을 먹고나서 누룽지를 먹을 때 아이패드를 보여주는데
다온이에겐 그 순간이 하루에 눈뜨면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일테다)
그럼 가장 기분 안좋았던 일이 뭐냐고 물으니,
'엄마가 내가 할머니 주려고 한 컵을 안 준거'
(저녁식사 후, 아빠가 왠일로 십년 넘은 인삼주를 엄마와 나 모두 한잔씩 하자며 꺼냈다.
그래서 나도 컵에 조금 담아 먹어봤는데, 너무 너무 썼다. 난 고량주는 써서 못먹는 스타일임.
오도방정 떨며 몇 모금 넘기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때문에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다온이가 자기도 먹어본단다. 난 당연히 펄쩍 뛰며 무슨 소리냐, 안된다고 했지만
술한잔 들어가서 그런지 엄마 아빠는 애 입술에 조금 적셔줘도 되지 뭘 그렇게 유난이냐고 옆에서 부채질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 도수 높은 술을 궁금해한다고 애 입에 묻히다니,
그런데 2대 1이 되버린 상황에서 나 혼자 컵을 빼돌리고 부엌에 버리는 시늉을 하니
다온이가 엉엉 울기 시작한다. 자기는 나한테 컵을 받아서 할머니 주려고 했다고.)
이 말을 하며 어른이 삐진 거 같은 얼굴을 한 채 손으로 카봇을 만지작 하다가 어느 새 스르르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