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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않는 아이

ohsimba 2019. 1. 10. 08:28

최근 들은 가장 충격적이었던 말 두 개. 


1. 절친 남편이 같은 학교에 다닌다. 

그래서 종종 학교 캠퍼스에서 점심을 같이 먹곤 하는데,

나를 보자마자 그 분이 하시는 말...

'아니 일하신지 1년 사이에 얼굴이 많이 낡으셨네요...' 


늙었다는 말도 아니고, 피곤해 보인다는 것도 아니고,

낡.으.셨.네.요.


얼굴이 낡았다는 표현이 생경하면서도 참 적절하단 생각이 든다. 


그저 늙었다라는 말로는 부족한, 그 피곤에 쩔고, 상하고, 어두운, 불쌍한...

이런 이미지의 총체가 되었다는 말이 아닐까. 


사실 작년부터 얼굴에서 노화현상을 부쩍 느끼긴 했다. 


얼굴에 볼살이 있는 편이라 어릴때부터 컴플렉스 였는데 

오히려 친구들은 나중에 보톡스 맞을 필요도 없고 동안으로 보일거라고 위로해 줬었다. 


그래서 그런지 주름은 별로 없는 편이었는데

작년부터 이마에 주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평지였던 이마가 울퉁불퉁 비포장도로가 된 느낌.


그리고 팔자주름 신경쓰느라 볼풍선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통통했던 볼살은 중력의 영향을 제대로 받기 시작했는지 아래로 축 늘어져간다. 


피부트러블은 없을때를 찾는 게 더 드무니 뭐...


그런데 이상하게 요즘 외모에 별로 신경이 안 쓰인다. 


그냥 만사 귀찮고 별 변화가 필요 없는 느낌. 이런게 매너리즘인가?



2. 보통 밤에 샤워할 땐 친정아빠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시간을 버티는데,

어제는 샤워 중간부터 방문이 삐걱삐걱 하는 소리가 들린다. 


오래된 집이라 문 열고닫을때 삐걱하는 소리가 꽤 거슬리는데

그걸 아이가 계속 열었다 닫았다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아빠는 무조건 '하지마! 하지 마란말이야! 확 EC' 이렇게 아이에게 다그치신다. 


그게 싫어 나는 문밖으로 들리게 큰 소리로 '엄마 샤워 얼른 하고 나갈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이렇게 말했는데도


한참 문 여닫는 소리가 들리고, 아빠의 짜증섞인 꾸중이 들리고, 그래서 난 씻으면서도 친정엄마의 중재를 명하고...


그렇게 씻고 나와 아이의 맘을 읽어주려고 노력했다. 


'엄마 빨리 나와서 놀아달라는 뜻이었지? 엄만 다 알아, 근데 그럴땐 그냥 화장실 문을 똑똑 두드리면서 말로 하면 어떨까?

엄마~ 얼른 나와서 나랑 놀아요~ 이렇게 말이야' 


그러니 아이가 답한다. 


'난 믿지 않아. 그 말을 믿지 않아.'


'왜? 엄마가 빨리 안나올거 같아?'


'응. 난 세상 모든 것을 믿지 않아' 


이런다. 


요즘 우리 아이는 내 양육태도에 대해 자꾸 회고의 시간을 갖게하는 말을 잘 하는데,

솔직히 생각해보면 나는 그렇게 크게 아이에게 뻥을 치거나, 신뢰를 져버리는 일을 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냥 소소하게, 이렇게 샤워 빨리하고 나갈게~ 말하면서 아이의 시간개념으로는 하세월이 걸리는 정도의 거짓말?

그리고 응응 그래 장난감 사줄게~, 그래 이것만하고 조금있다 보여줄게~ 이 정도의 약간 무책임한 말들이다. 


이게 내가 볼 땐 약간인데 아이의 눈으론 굉장히 신뢰를 져버리고 무책임한 말들일까? 

 

엄마는 하지 말라는게 너무 많아

엄마는 지나치는게 많아

엄마 말을 믿지 않아


갑자기 쓰나미처럼 몰아치는 아이의 세상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반응에 참....잘해왔다고 생각한 육아가 한낱 구겨진 종이조각이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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